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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Thomas Beecham

1879 - 1961


자기 의사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지휘자들과 달리 비첨은 가수들에게 숨 쉴 여유 주어 자기 나름대로 배역을 소화하도록

했다. 무대 경험이 적은 로스 앙헬레스를 기용한 것도 그녀가 비첨에게는 이상적인 카르멘이었기 때문이다.

비첨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팜프 파탈은 처참하고 히스테릭하게 울부짖는 악녀가 아니라 천부적인 매력과 여자다움으로 남성을 교묘하게 매혹시키는 여자였다. 로스 앙헬레스는 이런 개념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전곡 음반은 세라핌에서 나왔다. 비첨의 진품 가운데 하나는 그의 마지막이 된 세 번째 헨델의 메시아 녹음일 것이다.

유진 구센스 판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특수한 인기가 있는 듯 오랜만에 사랑받고 있다.

비첨이 개인적으로 유진 구센스에게 편곡을 의뢰한 것으로 헨델이 20세기에 살아나 현대의 교향악단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썼으리라는 상정하에 편곡하도록 비첨은 주문했다.


구센스는 장년기까지 화려한 활약을 한 작곡가인데 지휘자로서는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15년간 역임하고, 시드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 겸 뉴 사우스 웨일스 음악원장으로 있을 때 한 포르노 사건으로 실각하여 영국에 돌아왔다. 비첨이 편곡을 부탁한 것은 빈사 상태에 있던 구세스를 격려하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구센스 판은 중량감 있는 브라스를 썼을 뿐만 아니라 타악기로는 심벌까지 구사하고 현악은 오늘날 교향악단과 같은 완전한 편성이다. 이에 반해 합창은 비교적 소규모로 편성했다. 이것도 비첨의 의향을 반영한 것으로 그는 비교적 소규모 합창으로 만드는 연주를 좋아했던 것이다.

 

비첨은 구세스의 편곡에 스스로 더욱 장식음을 더했다. 정격주의 입장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이라 할지도 모르나,

이 구세스 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멋진 성과물이고 비첨의 천재적인 재능이 찬연히 빛을 발하고 있다.

소리도 충분히 선명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런던의 탑 오케스트라인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을 창단하여 런던의 클래식 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그가 선대로부터 막대한 부를 이어받은 것이 그 바탕이 되었지만, 단순히 창립자가 아닌 순수 지휘자로서의 예술세계는 달리 평가 받아 마땅하다.

비첨은 영국적이면서도 프랑스적인 에스프리를 함께 지닌 젠틀맨이였다. 

그의 지휘는 우아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언제나 기품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향수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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